가장 훌륭한 교육자는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시작이 그렇듯 예술가의 시작은 작은 칭찬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어릴 적 노래를 곧잘 한다는 칭찬으로 시작된 어린 소년의 꿈은 해가 거듭될수록 실체가 명확해져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만들어 냅니다. 목표가 생겼으니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 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보컬 레슨을 받고 대학 입시를 준비하게 됩니다.

 

 후에 알게 되어 항상 염두 해두는 한 가지는 교육자의 한마디는 본인은 내뱉기 쉽고 금방 잊기 쉬워도 간절히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한마디가 곧 유일한 빛이고 유일한 길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배움을 시작하고 교사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허나 알게 된 것은 같은 교사에게서 나오는 예전과 전혀 상반된 의견이었습니다.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애매모호하게 그리고 늘 앞뒤가 안 맞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늘 믿고 연습만 죽어라 했습니다. 

 

 대학에 들어갔고 전공레슨을 받고 전공교수가 바뀌어도 결국 정확한 의문점은 항상 해결되지 않았고 연습을 해도 실력이 크게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책을 사보고 인터넷을 뒤져봐도 결국엔 뜬구름 잡는 이야기 밖에 없었습니다. 학교를 2년을 다녔지만 바뀌는 것이 없자 ‘타고나야 되는 것이 구나’ 결론을 내리고 작곡을 공부하다 군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음악과 관련이 없는 2년을 보냈지만 다행히 열정은 그대로, 욕심도 그대롭니다. 열심히 자료를 찾아 뒤집니다. 2년 전 뒤져보던 인터넷과는 조금 다른 세상이 보입니다. 이때 즈음 추상적인 보컬교육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결국 가장 유명한 가수들을 가르친 가장 유명한 보컬트레이너의 책을 사보고 그에게 배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레슨을 받으며 깨우치기 시작합니다. 5년에 걸쳐 궁금했던 것의 절반 이상이 결국 한달 안에 해결됩니다. 

 

 이때부터 막혀있던 톱니바퀴의 아귀가 맞아 들어가듯이 궁금했던 대부분의 것들이 해결되기 시작합니다. 알파벳을 알려주지 않고 그냥 자주 보면 영어가 읽힌다는 주장과 같던 앞선 교육들에 비해 과학적으로 음성에 대해 분석을 한 책들을 먼저 알게 되니 나머지 공부들도 쉽게 체득이 됩니다. 관련 서적중 구하기 힘든 것들을 헌책방을 뒤지고 해외배송을 통해 보게 되고 결국엔 가장 유명하다는 보컬트레이너가 창시한 발성협회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게 됩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보컬교육이라는 것이 잘 부르던 사람이 단순히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엔 후두의 구조와 근육의 상관관계 등의 음성학을 공부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손댈 수 없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가수들도 성대 결절을 한번 씩 다 거친다.’, ‘노래는 감정이 우선이다.’, ‘훌륭한 가수들의 곡을 카피하다보면 자연스레 실력이 는다.’ 등등 그간 들어왔던 이야기들은 결국 모르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다시 또 깨닫습니다. 그러면서 이 잘못되고 무능한 교육방식을 통해 희생되고 있는 학생들이 안쓰럽고 제 2의 피해자, 제 3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기원하는 마음으로 교육자의 길을 가고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아직도 보컬 교육의 길은 험하고도 멉니다. 제가 알고 있는 지식도 얕지만 4,500년 전의 클래식 보컬 교육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들이 보컬트레이너라고 말하고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모른다고, 알아보겠다고 말할 수 있는 교육자가 거의 없습니다.

 

 내시경을 통해 성대를 관찰하는 것도 모자라 그 내시경에 초고속 카메라를 달아 초당 1000프레임으로 성대의 질량과 진동파형을 관찰하는 세상입니다. 국제음성학회에서는 이에 따라 기존의 가설이 엎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가설이 생기기도 합니다. 결국엔 자신이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떳떳하게 말하려면 끊임없이 배우고 최신의 교육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년 이상 공부를 한 선생님들께 저는 아직도 레슨을 받습니다. 그리고 협회에서 주관하는 세미나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새로운 이론에 대해 공부하고 생각합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하는 레슨에서는 매번 녹음을 해서 되돌려 들으며 레슨방식의 문제가 없나 확인합니다. 

 

 ‘가장 훌륭한 교육자는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입니다.’ 이 말은 사실 저의 선생님께서 하신 말입니다. 그 분은 50년 이상 공부를 해오셨고 매우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찾는 성악가와 가수들을 위해 아직까지 계속해서 공부하고 레슨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끝까지 지키려고 하는 아직 많이 부족한 ‘보컬 코치’ 입니다.